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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쿠키와 소확행 - 대만의 맛(2)

대만의 맛

by 외계인노동자 2019. 12.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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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파인애플 쿠키 / 출처 : lam_foodie 인스타그램

"소년이여, 펑리수를 먹어라!" 

 

내가 대만에 와서 늘어버린 것은 중국어 실력도 아니고 전공 점수도 아닌 낮잠이다. 중국에선 낮잠은 필수! 수업은 선택! 아침엔 잘 일어나는데 왜 오후 수업은 항상 늦을까? 어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나는 아직 어려서 이런가 보다. 조금만 더 나이 먹으면 공부해야지. 절대 내가 게을러서 자는 게 아니다... 아마두


하지만 오늘은 낮잠을 잘 수 없다. 왜냐하면 오후에 학교에서 단체로 펑리수(파인애플 쿠키)를 만드는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몇일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살짝 두려움이 있다. 나에게 쿠키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쿠킹클래스니까 뭐... 시키는 대로 하면 어떻게 되겠지...


버스 앞쪽과 허리위치에 문이 있는 한국과는 다른 느낌의 버스에 올라탔다. 뭔가 대만의 클라스랄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던 중 앞에 앉은 친구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오늘 쿠킹클래스는 중국어로 진행한다고 한다. 망했닿ㅎ

 

 

서로 다른 시간 / 출처 : 구글 이미지

쿠키에게 필요한 시간 20분
지금까지 공부한 시간 20년


쿠킹클래스의 메커니즘은 돈도 뺏고 시간도 뺏고 노동력도 착취하는 창조경제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펑리수 만드는법 배워서 집 가서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알려주지 않고 수공업 수준의 지식만 알려준다. 역시... 돈은 이렇게 버는 거지


180도에서 20분 그것은 완벽한 펑리수(파인애플 쿠키)의 조건이다. 갓 나온 펑리수에서 달큰한 향이 아우라처럼 뿜어 나온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10개 중에 하나를 베어 문다. 아! 나는 이것을 위해 20년 동안 공부했구나! 사실 공부한적이 없습니다.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시몬, 너는 아느냐? 갓 나온 펑리수의 맛을!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정해진 조리법을 따라 만든 펑리수 이것은 지금까지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20년 동안 공부하며 성장해온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와 펑리수의 다른 점은 나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펑리수는 인정받았지... 너는 고작 20분 만에 인정을 받는구나... 부러운 녀석...

 

기숙사로 돌아가는 버스뒤로 그림자가 길어지며 내 생각도 길어진다. 펑리수처럼 정해진 제조 법대로 살아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내가 행복한 삶을 살 것인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어른이 된듯한 착각에 빠졌다. 칫!이게 다 낮잠을 안자서 그렇다. 소년이여! 낮잠을 자라!

 

tip. 대만사람들이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챙기는 과일이 파인애플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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