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간 동료랑 같이 밥 먹을래?"
점심시간 때 출산휴가 간 동료와 같이 밥 먹는 게 어떻겠냐고 팀장님이 제안해주셨다. 뒤를 돌아 팀장님의 눈을 보았다. 눈빛이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선량하다. 호이를 무시하면 둘리가 된다고 하여 앜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_ _)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역시 밥 잘 사 주는 멋진 팀장님! 그.래.도. 이런 호의는 매일 베풀어 주시면 사랑합니다!
일식당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동료를 맞이하는 나의 태도에는 비장함이 감돈다. 20년 이상 낮을 가려왔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가리지 않으리! 차를 한 모금 하자 입구 쪽에서 힙색(?) 같은 것을 맨 사람이 들어왔다. 예상과는 다른 스타일리시한 모습에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놀랐다. 음... 뭐라고 불러야 될까여? 언니? 누나? 인싸? 셀럽?
힙색처럼 보이는 보자기에 조그마한 얼굴이 살짝 보였다. 오... 실제로 아기 처음 봤는데 존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의 도도한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다니 요망한 것! 역시 사람은 동물, 아기, 화장품에는 낮을 가릴 수 없나 보다.
근데 아기 실제로 처음 봤는데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예여?ㅜㅜ
원기회복장어도시락과 금수저아기
그냥 통으로 나온 장어! 도시락을 덮어버린 비주얼에 살짝 놀랐다. 장어의 살결은 마치 아기 살결같이 부드러웠고 젓가락으로 살짝 힘을 주니 탱글 하게 떨어져 나왔다. 밥과 같이 살포시 떠서 입에 넣었다. 사르르 녹는 장어 사이로 입안에 감도는 데리야끼 소스의 감칠맛! 마지막으로 생강으로 깔끔하게 마무으리! 으리으리하게 느껴지는 이 느낌이 다시 태어난 듯하다. 오늘 회사에서 열일 해주겠어!!! 근데 열심히 말고 잘해야 될 텐데...ㅎ
팀장님은 애를 돌보느라 바쁘다. 팀장님이 애를 보는 동안 동료와 이야기를 했다. 출산휴가를 신청하면 3개월 정도 100% 월급을 준다고 한다. 현재 동료는 회사에서 지금 10개월째 출산휴가 중이며 다음 달에 복직할 예정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가장 놀랐던 것은 마카오에서 출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될 수 없다고 한다. 이곳은 오히려 구인난이라서 얼마든지 기다려준다니... 역시 GDP 세계 2위의 도시ㄷㄷ
해외의 다양한 도시에 살면서 한국 복지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마카오는 넘사벽인 듯하다. 마치 마카오가 원기회복장어도시락이면 한국은 편의점 도시락이랄까? 이곳은 카지노로 수입이 엄청 많이 들어와서 펄떡펄떡 날뛰는 장어처럼 세금이 남아돌아 시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거...석유보다 더 혜자인 것 같은데? 석유는 언젠가 없어지지만 돈은 없어지지 않으니까ㅎ
생각해 보니 내 품에 안긴 이 아이도 올해가 끝나면 돈을 받겠지? 이런 귀여운 금수저 아기!
나... 나 다시 태어날래!!!
tip. 마카오 시민권을 따기 위해서는 1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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