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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밀크티와 첫출근 - 마카오의 맛(1)

마카오의 맛

by 외계인노동자 2019. 12. 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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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밀크티 / 출처: lam_foodie 인스타그램

 

"그것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었어, 하지만 그것은 하나이기도 하지"

 

마카오에 처음 온 날 나의 이름은 3개가 되었다. 한국식 이름, 중국식 이름, 영어식 이름... 외국인들이 다양한 언어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아니 여기선 내가 외국인인가? 아무튼 마음속에서는 "한국 이름이 내 이름이다. 왜 말을 못 해!"라고 외치고 있지만 어찌하리 회사 방침이 외국 이름을 써야 한다는데... 나는 그렇게 회사 첫날 계약서에 영어 이름과 중국어 이름을 적었다. 역시 돈이 최고야!ㅎ

나는 호텔에 짐을 풀고 회사에 팔아버린 나의 정체성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정처 없이 걸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마카오 거리에서 세상의 답을 물었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그 답은 바로 마카오 밀크티였다.

 

묻고 더블로 쌓아!
쿠크다스 맛이 나는 푸딩 밀크티!

 

마카오에서 많이마시는 밀크티 / 출처 : lam_foodie 인스타그램

 

마카오 밀크티의 메인인 맨 밑에 층층이 깔린 녀석은 포르투갈식 이름인 "serradura", 영어식 이름인 "Sawdust Pudding", 중국식 이름인 "木糖布丁"은 마카오를 대표하는 푸딩이다. 말이 푸딩이지 한국인이 생각하는 말랑말랑한 느낌은 전혀 없다. 맛은 크림과 쿠크다스 부순 것을 켜켜이 쌓은 느낌이다. 밀크티 안에 들어 있는 이것을 빨대로 깊숙이 찔러 먹으면 쿠키와 크림이 빨대의 모양에 따라 밀크티와 함께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퇴적암을 보고 지구의 역사를 느끼듯 쿠키와 크림이 혀를 스쳐 가며 마카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마카오에선 버블티는 잠시 잊어주길 바래ㅎㅎ

정신줄을 놓고 딱따구리처럼 구멍을 뚫으며 마시다 보니 밀크티가 반 정도 남았고 나는 푸딩이라는 이름의 쿠키 크림을 빨대로 휘저어 밀크티와 섞으며 생각했다. 처음에 이 쿠키 크림도 원래의 자기 이름이 있었지만 다양한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나도 여기서 다양한 이름으로 사랑받는(?) 외노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그날 밤 나는 쿠키 크림과 밀크티가 하나 되듯이 마카오와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아직 출근은 한 번도 안 했는데... 3개월 뒤에 실습 기간 통과할 수 있겠지? 뭔가 설레면서 떨리는 첫 출근 전날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ㄷㄷ

 

tip. 밑에 깔린 푸딩을 먼저 먹는 것을 추천한다. 밀크티를 다 마셔버리고 푸딩만 남게 될 경우 손을 넣어 밑의 푸딩층을 파먹게 되는 끔찍한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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