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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곱창쌀국수와 수습기간 - 마카오의 맛(2)

마카오의 맛

by 외계인노동자 2019. 12.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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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곱창국수 / 출처: lam_foodie

"음식은 맛있으면 되고 외노자는 일 잘하면 되고"

 

그렇다. 세계 어디를 가든 외노자는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 BTW 50명 정도 된다는 부서에서 나만 외국인이라 관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처음 와서 관심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팀원들이 중국어, 광동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나에게 질문 공세를 하는데 대답해 주느라 진땀을 뺐다. 난 한국인인데 왜 자꾸 일본어로 물어보는 건지...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 다짐하는 1인이다. 근데... 내가 코가 석잔데 누굴 가르친다는 건지 ㅎㅎ;

점심시간이 되자 Pantry(탕비실)에서 도시락을 가져다 먹는 동료들을 보며 팀장님에게 이 회사는 식당의 존재에 관해 물어보니 마카오는 대기업이라도 도시락을 준다고 하였다. 팀장님은 도시락이 맛이 없어 매일 나가서 먹는다고 하시며 굴 국수를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여 나는 얼른 넥타이를 고쳐 매며 말했다. "한국에서는 어른이 사주시는 것을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가시죠!"

 

다양한 쌀국수들 / 출처: lam_foodie

맛있는 음식은 만국공통!
보이지 않는 미래도 만국공통!

 

베트남 쌀국수, 태국 쌀국수, 윈난 쌀국수, 계림 쌀국수, 백제 쌀국수(?) 등 다양한 쌀국수를 섭렵한 나에게 마카오의 굴 국수는 새로운 장을 펼쳐주었다. 고추 피클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참기름 두르듯이 휘휘 둘러주고 굴과 함께 국물을 떠먹으니 오전시간동안 질문공세에 시달려 답답했던 속이 시~원하게 풀렸다. 그 다음 곱창과 면을 한 젓가락에 집어 호로록 먹으니 쫄깃함과 고소함이 한가득! 맛있당!ㅋㅋㅋ 역시 맛있는 음식은 어딜가나 맛있다.

그런데 회사에서 잡아준 호텔이 다음 주까지라 집을 구해야 하는데... 출근하면 언제 집을 구해야 하지? 3달 뒤에 프로베이션(probation-수습) 기간이 끝나고 떨어지면 한국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되는데...그러면 계약했던 방은? 내가 노력했던 시간은? 많은 생각들을 뒤로한 채로 마지막 국물을 마신다. 깔끔한 쌀국수의 맛처럼 내 생각도 깔끔하게 정리된다.

 

그래...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 이제 잘하면 돼!

 

tip. 먹기전에 고추피클 국물을 넣는다면 2배는 시원해진 맛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곱창에서 비린맛이 난다면 국물에 조금 더 놓아두어 익혀 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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